가사노동이 유급이라면 우리는 언제 은퇴할까?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집안일과 육아 돌봄 노동에 시급이 매겨진다면 과연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을까요. 청소와 빨래 그리고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은 우리 삶을 영위하고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필수적인 기반 활동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사노동은 그동안 시장에서 화폐를 통해 거래되지 않는 무급 노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내총생산 즉 GDP와 같은 주요 국가 경제 지표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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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2024년 국민시간이전계정 결과는 우리에게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와 그 이면에 숨겨진 성별 불균형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고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영문 약자로 NTTA라고 불리는 이 지표는 기존 거시 경제 지표에 포함되지 않던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실제 화폐 금액으로 정밀하게 환산하여 보여주는 핵심 통계입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유엔의 최신 지침을 선제적으로 반영하여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 통계로 새롭게 승인받아 발표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그림자 노동이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거대한 생산 활동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급 노동이 데이터로 가시화되면서 우리는 가족 내에서 누가 얼마만큼의 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경제적 기준점을 마침내 갖게 되었습니다.



남상의 가사노동 참여 증가세 하지만 여전히 전체의 73% 여성의 몫

이번 통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는 남성들의 가사노동 참여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성의 가사노동 생산액은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무려 35.3퍼센트나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여성의 가사노동 생산액 증가율이 15.2퍼센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남성의 참여율 증가 속도가 두 배 이상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남성들의 가사 및 육아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최근의 긍정적인 트렌드가 실증적인 수치로 증명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전체 파이를 놓고 보면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직시하게 됩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사노동 생산 총액은 무려 582조 4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거대한 가치 중에서 73.1퍼센트를 여성이 홀로 생산해 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년 전인 2019년의 76.2퍼센트와 비교하면 성별 격차가 아주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체 집안일의 4분의 3 가량을 여성이 도맡아 하고 있는 구조적인 불균형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가사노동 생산액 582조 원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파급력

582조 4000억 원이라는 가사노동 생산 총액은 단순히 상징적인 숫자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 규모가 약 2천 조 원대 초반임을 감안할 때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무려 국가 전체 GDP의 25퍼센트에서 30퍼센트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같은 국가 핵심 주력 산업의 총생산 규모와 맞먹거나 오히려 이를 훌쩍 뛰어넘는 막대한 수치입니다.

국민시간이전계정은 이러한 무급 노동의 가치를 산정할 때 주로 대체 임금법이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가정에서 누군가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청소 요리 육아 등의 활동을 만약 외부의 전문가나 서비스 업체를 통해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매할 경우 얼마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합리적으로 계산하여 추산하는 방식입니다. 가사도우미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에게 지급해야 할 실제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이 582조 원이라는 금액은 철저히 시장 경제 논리에 기반한 현실적이고 실증적인 가치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하루아침에 모든 국민이 가사노동을 전면 중단하고 이를 전적으로 외부 시장 서비스에 의존해야 한다면 국가 경제는 그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즉시 마비되고 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거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 단지 가정 내에서 무급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경제적 보상이나 사회적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가사노동의 흑자와 적자 여성의 가사노동 은퇴 나이는 무려 84세

이번 경제 통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씁쓸한 공감과 충격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부분은 바로 성별에 따른 가사노동의 흑자와 적자 구간에 대한 생애주기별 분석입니다. 국민시간이전계정에서는 개인이 가족에게 제공한 가사노동의 가치가 자신이 다른 가족으로부터 제공받은 돌봄의 가치보다 많으면 흑자로 분류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적자로 판단합니다. 쉽게 말해 흑자 구간이라는 것은 내가 누군가를 위해 집안일을 압도적으로 더 많이 해주고 있는 고단한 시기를 의미합니다.

남성의 생애주기를 먼저 살펴보면 32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가사노동 흑자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불과 12년 뒤인 44세가 되면 다시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적자로 돌아서게 됩니다. 남성에게 가사노동이란 30대 초반에 잠시 전담했다가 40대 중반이면 이른바 빠른 은퇴를 맞이하게 되는 단기적인 성격의 노동인 셈입니다.

반면 여성의 삶의 궤적은 이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이른 나이인 26세부터 일찌감치 가사노동 흑자 구간에 진입합니다. 더욱 놀랍고 안타까운 것은 이 흑자 상태가 무려 84세가 될 때까지 단 한 번의 쉼 없이 지속된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집안일이 매월 월급을 따박따박 받는 유급 노동이었다면 여성은 26세에 취업해서 84세가 되어서야 겨우 길고 긴 노동에서 은퇴를 맞이한다는 뜻입니다. 노년기에 접어들어서도 쇠약해진 남편을 간병하거나 맞벌이를 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들의 육아를 도맡아 하는 우리 사회 여성들의 헌신적인 현실이 건조한 통계 수치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84세라는 나이는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사실상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가사노동의 무거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황혼 육아라는 신조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가 급증하고 있는 현대 한국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이 이 숫자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30대 후반 육아 전쟁 시기 성별 가사노동 격차가 7.7배 이상 벌어지는 이유

이러한 성별 가사노동의 격차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본격적인 시기인 30대 후반에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벌어집니다. 영유아 보육과 가사 부담이 생애 최고조에 달하는 이 시기에 여성은 남성보다 무려 7.7배나 더 많은 가사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구체적인 화폐 금액으로 환산해 보면 그 격차는 더욱 뚜렷하게 체감됩니다. 남성이 평생 가장 많은 가사노동을 제공하는 정점의 나이는 38세이며 이때 1인당 가사노동 흑자액은 250만 원 수준에 머뭅니다. 반면 여성이 가장 많은 가사노동을 하는 시기는 39세인데 이때의 1인당 가사노동 흑자액은 무려 1919만 원에 달합니다. 동일한 3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짊어지는 노동의 무게가 경제적 가치로 따졌을 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압도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30대 후반은 직장 내에서 승진하며 업무적 책임이 커지는 중요한 시기임과 동시에 가정에서는 자녀가 영유아기를 거치며 가장 많은 육아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입니다. 이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결국 일터의 유연성 부족과 남성의 육아 참여 저조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수많은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가사노동의 전담자로 남게 되는 뼈아픈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 널리 쓰이게 된 근본적인 원인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매년 쏟아붓고 있는 막대한 저출산 대응 예산도 결국 이 30대 후반의 극단적인 성별 가사노동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인식의 대전환

2024년 국민시간이전계정 통계 결과를 종합해 보면 우리 사회와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주 명확하고 분명해집니다.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율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환영할 만한 신호이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가사 및 돌봄 노동의 근본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적이고 구조적인 노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만 합니다.

30대 후반에 무려 7배 넘게 벌어지는 성별 노동 격차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법적 제도적으로 더욱 강하게 보장하고 장려해야 합니다. 단순히 겉보기에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성 노동자가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장 내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기업의 유연근무제를 전면 확대하고 정시 퇴근을 당연하게 여기는 노동 환경 등 일과 가정이 실질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 단단한 사회적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집안일은 결코 가치 없는 공짜 노동이 아닙니다. 582조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완벽하게 증명하듯 이는 국가 경제를 밑바닥에서부터 튼튼하게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기둥입니다. 누군가의 묵묵한 헌신과 희생이 정당한 경제적 가치로 제대로 평가받고 부부가 함께 그 무거운 짐을 일상에서 공평하게 나누어질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진정한 의미의 성평등과 지속 가능한 경제적 성장을 동시에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가정에서는 국가 통계로 입증된 이 거대한 경제적 가치를 과연 어떻게 나누어 짊어지고 계신가요.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가족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의 숭고한 가치에 대해 서로 진심으로 감사하며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도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유익하고 깊이 있는 경제 사회 트렌드 분석 정보로 꾸준히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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