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여성 후보 31.7% 역대 최고치 달성!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은 여전한 이유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선거 관련 통계와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 후보 등록 결과에서 매우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여성 후보의 출마 비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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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6.3 지방선거에 등록한 전체 후보 7,719명 중 여성 후보는 총 2,444명으로 전체의 31.7%를 기록했어요. 이는 4년 전 치러졌던 지난 지방선거 당시의 27.5%와 비교하면 무려 4.2% 포인트나 크게 뛰어오른 수치이자, 대한민국 역대 지방선거 사상 최고치에 해당합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드디어 대한민국 정치에도 여성의 참여가 크게 확대되고 평등해졌구나!"라며 환영할 만한 긍정적인 신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여성계에서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은 전혀 평평해지지 않았다"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요.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대 최고치라는 화려한 타이틀 이면에 굳건히 버티고 있는 지방 정치의 유리천장 현실을 오늘 포스팅에서 꼼꼼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여성 후보 31.7%, 과연 어디에 몰려 있을까?

전체 평균 수치만 보면 30%의 벽을 넘긴 괄목할 만한 성과지만, 선거의 종류별로 후보 현황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성 후보들은 막대한 지역 예산과 인사권을 쥐고 있는 핵심적인 단체장 선거에는 거의 나서지 못했고, 대부분 당선 가능성을 보장받는 비례대표에만 쏠려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띠고 있어요.

 - 비례 기초의원 : 통계에 따르면 비례 기초의원 후보 672명 중 여성이 무려 606명으로 90.2%에 달했습니다. 10명 중 9명이 여성인 셈이죠.
 - 비례 광역의원 : 비례 광역의원 역시 후보 354명 중 여성이 242명으로 68.4%라는 높은 비율을 차지했어요.

이렇게 비례대표에서만 여성 비율이 유독 압도적인 이유는 개인이나 정당의 자발적 의지라기보다는 '법과 제도'의 힘입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홀수 순번(1번, 3번, 5번 등 당선 확률이 높은 앞번호)에 여성을 의무적으로 공천하도록 강제하는 교호순번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제도가 뒷받침되니 확실한 결과가 나온 것이죠.

 - 기초 및 광역단체장 : 하지만 지방행정의 핵심이자 의사결정권의 정점인 단체장 선거로 눈을 돌리면 성적표는 처참합니다. 시장, 군수, 구청장을 뽑는 기초단체장 후보 584명 중 여성은 고작 42명(7.2%)에 불과했어요. 더 큰 단위인 시·도지사를 뽑는 광역단체장 선거는 더욱 심각해서, 전체 후보 54명 중 여성은 단 5명(9.3%)뿐이었습니다.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죠.


 - 지역구 의원 및 재보선, 교육감 선거 : 단체장뿐만이 아닙니다. 지역구 광역의원 선거의 여성 후보 비율은 23.7%, 기초의원은 26.3%로 전체 평균인 31.7%를 한참 밑돌았어요. 게다가 이번에 전국 14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후보 47명 중 단 8명(17.0%)만이 여성이었고, 교육감 선거 역시 58명의 후보 중 여성은 7명(12.1%)에 그치는 씁쓸한 결과를 냈습니다.

요약하자면, 제도로 강제된 비례대표에만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을 뿐, 실질적인 정치적 파워를 행사하는 지역구 의원이나 단체장 선거에서는 여전히 여성이 철저히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다는 뼈아픈 분석이 나옵니다.

 

매번 휴지조각이 되는 거대 양당의 여성 30% 공천 약속

그렇다면 왜 이렇게 지역구와 단체장 선거에서만큼은 여성 후보를 찾아보기 힘들까요? 전문가들은 가장 큰 책임이 한국 정치를 주도하는 거대 양당에 있다고 비판합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헌·당규에 여성 30% 공천이라는 목표를 명확하게 명시해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철이 다가오고 본격적인 공천 레이스가 시작되면 이 약속은 어김없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구체적인 이번 6.3 지방선거 공천 성적을 살펴볼까요?

 - 더불어민주당 : 기초단체장 후보 221명을 공천했는데, 그중 여성은 18명으로 단 8.1%에 그쳤습니다.
 - 국민의힘 : 기초단체장 후보 187명을 냈지만, 여성 후보는 7명으로 단 3.7%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어요.

지역구 광역의원 선거를 보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26.1%, 국민의힘이 20.2%의 여성 후보를 지역구에 내보내는 데 그치면서, 두 당 모두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규정한 30% 의무 및 노력 기준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 제47조에도 "정당이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때에는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노력을 권고하는 임의 조항일 뿐, 이를 어긴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등 법적인 강제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정당의 지도부나 공천관리위원회 입장에서는 당선 가능성이나 지역 내 반발을 핑계로 굳이 무리해서 여성 후보를 험지인 지역구나 단체장에 내보내지 않는 낡은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여성 정치인에게 유독 단단하게 닫혀 있는 문

단순히 정당 지도부의 의지 부족만 탓하기에는, 한국의 척박한 지역 정치 환경이라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도 깊게 뿌리내려 있습니다.

① 남성 중심의 끈끈한 오프라인 네트워크 :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역 유지들과의 잦은 스킨십, 향우회, 동문회, 조기축구회, 각종 직능 단체 등과의 탄탄한 연줄과 네트워크 형성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역 내 전통적인 사조직이나 네트워킹 모임은 아직도 남성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굴러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여성 신인 정치인이 이 견고한 틈바구니에 끼어들어 자신만의 조직력을 새롭게 구축하기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어려운 현실이에요.


② 막대한 선거 자금과 인지도의 장벽 : 단체장 선거처럼 체급이 크고 지역구 범위가 넓은 선거일수록, 선거 캠프를 꾸릴 막대한 자금력과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당들이 평소 주요 당직이나 요직에 여성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키워주지 않다 보니, 여성 정치인 입장에서는 선거에 출마할 기초 체력을 기를 경험과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③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형식적인 경선 : 최근 양당은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원 투표'나 여론조사 경선 비율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는 가장 공정한 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수년간 지역을 닦으며 기존 조직력과 인지도를 확고히 선점한 현역 기득권 정치인들과, 이제 막 발을 내디딘 여성 신인 정치인이 똑같은 룰로 맞붙는다면 승패는 불 보듯 뻔합니다.


진정한 성평등 정치를 향한 대안과 목소리

이처럼 오랫동안 고착화된 정치권의 성별 불균형 문제는 후보 개인의 노력이나 정당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과 여성 단체들은 강력한 제도의 변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는 공직선거법 내 권고 조항의 강력한 의무화가 꼽힙니다. 현재 30% 이상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솜방망이 문구를 '반드시 추천하여야 한다'는 강제 조항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를 지키지 않는 정당에는 국고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등의 재정적 페널티를 주거나, 아예 해당 지역구의 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자체를 무효화하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 뒷받침되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 역시 매우 뼈 있는 비판을 남겼습니다. 지난 1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 위원장은 “전략공천 등 정당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력히 촉구하며, “이미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은 고치지 않고 그대로 놔둔 채 오로지 경선만이 공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성평등 책무로부터 도망치는 무책임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공정한 결과를 원한다면, 출발선부터 공정하게 맞춰주는 정당의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입니다.

 

마무리하며 : 다양성이 곧 우리 지역사회의 경쟁력입니다.

우리 지역의 지방자치는 유권자인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매일 타는 대중교통 노선, 우리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의 보육 환경, 동네 치안과 골목길 가로등 불빛 하나까지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예산 집행권으로 결정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생활 밀착형 정책의 의사결정권자 자리에 특정 성별, 특정 연령대만 가득하다면 우리 사회의 다변화된 니즈를 정책에 촘촘하게 반영하기란 절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 만큼, 행정과 의회를 이끄는 기구에도 그에 상응하는 비율의 여성 정치인이 진출해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대의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이번 31.7%라는 여성 후보 비율은 분명 희망적인 씨앗이지만, 진정한 성평등 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당의 뼈를 깎는 쇄신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시기 전, 우리 동네에 어떤 훌륭한 여성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는지, 각 정당이 공천 약속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했는지 눈여겨보시는 것도 투표의 아주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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